63세 할머니의 종부세 국민청원과 '내 지역서 죽을 권리' [임도원의 BH 인사이드]

입력 2021-12-02 15:49   수정 2021-12-02 16:01

한 63세 할머니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젊었을 때 악착같이 돈을 모아 수도권에 집 두채 장만한 후 주택연금과 월세 소득으로 살아가는 청원인이 종합부동산세 과세에 항의해 "제가 국민 2%에 해당하는 부자냐"고 따져물은 청원입니다. 관련해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가 새삼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 청원인은 지난달 29일 청원에서 "경기도 용인시 쪽에 겨우 집 두채를 장만해 놓은 할머니"라고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그는 "3,4년전에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주택연금을 신청해서 월 81만원을 받고 있고 나머지 한채에서 받는 월세 90만원을 보태고 또 우리 두 부부가 받는 국민연금 합계금 약 100만원을 포함해서 약 270만원으로 한달을 꾸려 간다"며 "그런데 갑자기 작년에는 월세가 수입이라면서 소득세를 내라고 하더니 며칠전에는 국민의 2%에만 해당 된다는 종부세를 110만원이나 내라고 고지서가 날라 왔다"고 하소연했습니다.

그러면서 "두채 모두 합해서 9억원도 안되는 집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소득도 없는 늙은이가 무슨 돈이 있길래 부자세인 종부세까지 내라고 한단 말이냐"고 따져물었습니다. 그는 "방법이 없지는 않더라. 우리 두 늙은이가 집 한채씩 나눠갖고 이혼을 하면 깨끗하게 해결되겠더라"고 했습니다.

이 청원을 보도한 한국경제신문 기사에는 '집 두 채 중 한 채 팔면 되는 것 아니냐'는 댓글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한 채는 주택연금을 받고 있으니 국가 것이나 다름없다', '집 판 돈은 언젠가 소비된다. 저분들은 매월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필요하다', '집 두채는 할머니의 인생이다'라는 등의 반박 댓글도 많습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요즘 '에이징 인 플레이스'라는 개념이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본인이 늙어서 그 지역에서 죽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입니다.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집코노미TV와의 인터뷰에서 "연로한 분들이 돈에 쪼들려서 다른쪽으로 밀려난다는 건 젠트리피케이션 같은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 교수는 "중산층 이하 서민들이 쫓겨나는 것도 안 좋지만 갑자기 부자 동네가 됐다고 거기 있는 분들이 다른 쪽으로 가라는 것도 되게 웃긴 것"이라며 "이분들도 거기서 생활하면서 교회나 절을 다니면서 나름의 사회적 네트워크가 있다. 거기서 여생을 마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했습니다.

국민청원을 한 할머니와 같이 종부세로 고통을 호소하는 노인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지난 5월 서울 압구정동 현대1차아파트 주택가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한 70대 A씨는 "부동산 세금 때문에 생활이 안 된다"며 "수입이라고는 연금밖에 없는 사람한테 세금을 2000만원씩 내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그는 "10여 년 전 은퇴했는데 어떻게 매년 수천만원을 낼 수 있겠느냐"고 하소연했습니다.

김 교수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와 관련한 해외 정책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같은 경우에는 그 시점에 가격을 기준으로 해서 보유세를 매기는 게 아니고 자기가 산 시점부터 한 1~2년마다 5%씩 올려서 그 가격으로 매긴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10만 달러에 집을 샀으면 2년 후에는 인근 집값이 아무리 높게 거래됐어도 10만5000달러 정도에 대한 재산세만을 낸다는 것입니다.

한국도 이제 '에이징 인 플레이스'에 대한 고민을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요. 노인들에게 '집 팔라'는 정책은 점점 고령화가 심화되는 한국 사회에 큰 후유증을 남기게 될 것 같습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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